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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회의시간 2013. 1. 24. 17:30
일단 별 생각이 없이 살았고 결과적으로 애들이 싫어하는 재수없는 타입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안해도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고 집이 가난한 것도 아니었다.
조금 넉넉했던 적도 조금 어려웠던 적도 있지만 부모님은 나에게 그런걸 신경 안쓰게 하셨다. 
국민학교 시절에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전교에서 피아노 외에 악기를 배우는 남자아이가 나 말고 세명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주목받기 싫어하는 척 하면서 늘 주목받길 원하는 학생이어서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켰다. 그게 중학교 때까지 계속되었고,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멈추게 되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책이라던가 음악이라던가 그런 것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한 취미가 되었다. 
어려서 일으켰던 말썽의 대부분은 선생에게 반항하는 것이었다. 당시 사회 분위기가 학생운동이 심하던 때라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그게 멋있어 보였고 주목받을 수 있었고 우월감을 만들어 주었다. 몇대 맞는다고 멈출 이유가 없었다. 재수없는 타입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게 큰 사이즈의 일도 덜컥 잘도 저질렀다.
일상에 진정성이란게 없었고 순간적인 재미를 추구하고, 무시당하기를 싫어했으며, 쉽게 타협했지만 겉으론 강한척했다.

친구가 없었다. 유전적인 이유와 환경적인 이유의 결합인것 같다. 일단 모르는 사람과 같이 있는 것을 경계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정말 친구를 좋아하신다.
새벽에 친구들을 끌고 집에 오시고, 그런게 싫었다. 생각해보니 그냥 유전적인것 같다.
하여간 친구가 집에 오는것을 싫어했,고 남의 집에 가는 것도 싫어했다. 지금도 그렇다. 우리집에 와본 친구들은 정말 몇명 안된다.
내가 가본 친구집도 마찬가지고. 왕따나 그런 것은 아니었고 대부분의 애들과 표면적으론 잘 지냈지만 정말 친한 친구가 없었다. 이것도 고등학교 들어와서 조금 변하게 되지만.
하여간 혼자인게 좋았다. 집에 혼자 있을 때 아늑함.

공부를 못하지 않았던 것은 기본적으로 지적 호기심과 지적 허영심이 충만했기 때문이었다. 숙제는 안해도 책은 읽었고,
수업 시간 중엔 보통 선생이 무슨 얘길 하는지 궁금해 했다. 물론 집에오면 책가방을 던져 놓고 라디오를 들으면서 뒹굴다 다음날 다시 그대로인 채로 가방을 들고 갔지만
당시엔 누구나 공부를 안하는 시절이어서 그랬는지. 그정도면 꼴찌를 면할 수 있었다. 

딱히 되고 싶다거나 그런게 없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막연히 방송쪽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것 같다. 지금도 방송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여러 이유로 인해서지만)

고등학교에 와서는 일상에 충실한 학생이었다. 수업시간 내내 귀에 이어폰을 꼽고 살았다. 대학에 가고자 하는 명확한 목표의식도 없었지만, 대학에 안가야할 명확한 이유도 없었기에 학교에 왔다갂다 했고.
유일한 취미는 담타기였다. 집을 너무 좋아해서 학교 담을 타고 당구를 치고 여자를 만나러 다닌게 아니라. 집에갔다. 아침에 AFKN으로 시작해서 저녁부터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었다.
돈이 생기면 LP를 샀다. 시간이 남으면 비디오나 영화를 보러갔다. 담을타고 영화를 보러 혼자 종로 명동을 쏘다녔다. 이정도면 보통 연애가 끼어들어야 정상인데 그런 것도 없었다.
거의 혼자였다. 극장 맨 앞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고, 때로는 두번보고. 어두워진 밤거리를 거닐다 CD한장 사들고 들어와 조용히 틀어놓고 잤다. 일어나면 다시 이어폰을 끼고 학교엘 갔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수업시간에 읽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당연한 얘기지만 압수가 안된다. 그냥 강제 반납이 될 뿐이다.

고등학교 졸업을 했을 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대학을 간다는 설레임이나 어른이 된다는 기쁨 같은것은 없었다.
재수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고3 생활이 편안하게 느껴졌었다. 두고온 미련도 아쉬운 것도 없는 학교였다.
하지만 1년쯤 다시 다니고 싶었다. 이어폰을 꼽고 아침 일곱시 이십분에 학교에와서 저녁 여섯시에 우동 한그릇을 먹고 자율학습을 하던지 한다.
그렇게 1년정도 더 할 수 없을까?
물론 그럴수는 없었다.
그렇게 학교생활은 끝났다. 

흐린 2월 어느날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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